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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일 시킬 땐 정규직처럼, 복직시킬 땐 프리랜서로, 꼼수 원직복직 CBS 규탄한다!

[기자회견문]
일 시킬 땐 정규직처럼, 복직시킬 땐 프리랜서로, 꼼수 원직복직 CBS 규탄한다!

최근 방송 제작 현장의 ‘무늬만 프리랜서’들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법원, 고용노동부 등이 잇따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은 상식적이고 시대적인 흐름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셀수록, 그들이 원래부터 형식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서에 서명했더라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았어야 할 근로자가 맞다고 법이 인정할수록, 사용자 방송사들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방송 3사 방송작가들에 대한 근로감독을 펼친 결과 152명에 대하여 근로자성을 인정하였으나 이들 중 원래 맡았던 작가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들은 소수다. MBC 보도국에서 10여 년간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방송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동위,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회사로 돌아간 2명의 작가들은 ‘방송지원직’이라는 신설 직군으로 복직되면서 이전보다 근로조건이 저하되었다. KBS전주총국으로 복직한 또 다른 작가 역시 사용자 방송국과의 지난한 복직 협상 끝에 결국 작가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로 복직했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방식의 ‘꼼수 원직복직’이 벌어졌다. 기독교 방송인 CBS는 경남CBS에서 2년 넘게 일하다 해고당한 아나운서가 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아 복직하는 과정에서 ‘프리랜서’로 복직할 것을 명령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최 아나운서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만 2년을 넘게 근속하였으므로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음을 분명히 인정하였다. 따라서 CBS는 최 아나운서를 ‘정규직 아나운서’로서 복직시켜야 마땅하다.


회사는 노동위원회 규칙을 거론하며 ‘부당해고 이전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원직복직이므로 프리랜서로 복직하여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면서 복직한 최 아나운서의 근로계약서 작성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노동위의 ‘원직복직 명령’은 정규직 신분으로서 원래의 직무를 수행하게 하라는 의미이지, 노동위원회의 근로자성 인정 판단이 있기 전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놓으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어쩌면 CBS의 이러한 비상식이고 편법적인 대응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CBS는 최 아나운서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2년 넘게 근무한 비정규직의 향후 법률 대응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아나운서의 복직 이후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아전인수격 법 해석도 모자라 노동위에서 두 번이나 근로자성을 인정받고 회사로 돌아간 최 아나운서의 근로조건을 노동위 다툼 이전보다 저하시키며 직장 내 괴롭힘마저 자행하고 있다.


최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시절 정규직과 사전 협의하기만 하면 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지만 복직 이후에는 특별히 허용되는 사정에 한해 대체 근무자를 구해야만 휴가를 갈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정규직 근로자가 의무 참석해야 하는 오전 직원예배에 참석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문서를 전달받았고, 프리랜서 시절의 고정석은 사라졌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요청은 간단히 무시당했다. 무엇보다 ‘정규직과의 유기적 협업’이라는 근로자성 인정 징표를 없애기 위해 최 아나운서와의 물리적 접촉마저 최대한 회피하는 웃지 못 할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측의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시도들은 모두 노동위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주요한 근거가 되었던 지점들을 삭제하려는 시도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아무리 회사가 뒤늦게 최 아나운서의 근로자성을 지우려는 시도를 한들 이미 지노위, 중노위에서 연이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고 인정받은 최 아나운서를 이제 와서 사측 맘대로 프리랜서로 둔갑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 초심 경남지노위, 중노위의 판정문은 최근 몇 년간 방송 제작 현장의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성 인정 사건에서 도출된 그 어떤 판정문보다 완벽하게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성 인정의 핵심 판단 징표는 물론 부수적 징표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모든 징표에 비춰볼 때 최 아나운서가 비록 프리랜서로 수년간 위장되었지만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BS에 요구한다. 이제라도 두 차례의 노동위 판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의적 해석에 의한 편법적, 꼼수 원직복직 대신 최 아나운서를 정규직 아나운서로 당장 복직시켜라! 현재 CBS가 최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복직시킨 뒤 벌이는 모든 행위들은 각종 노동관계법령 위반 행위이자 정론직필 방송사임을 강조해온 CBS가 사회적으로도 지탄받아 마땅한 악질적 시도들이다.


노동위원회에도 요구한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CBS가 초심 구제명령을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여부를 형식적으로 확인하였고, 프리랜서로 원직복직시켰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에도 이미 이행여부를 판단한 이후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다시 ‘선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방송 제작 현장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 인정 사례가 쏟아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여 원직복직 이행 여부를 판단하라!


방송 제작 현장의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법률 투쟁 끝에 회사로 돌아가는 과정마저 ‘무늬만 원직복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 아나운서의 정상적인 복직이 이루어질 때까지 연대하는 모든 단체들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2022년 11월 10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동법률사무소,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방송스태프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경남청년유니온,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